[한반도 키워드] 한미워킹그룹
남북관계가 위기를 맞은 가운데, 빠르게 악화된 원인 중의 하나로 한미 워킹그룹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해체론까지 제기되고 있는데요.
오늘의 한반도 키워드, 입니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날인 17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남북관계 파탄의 원인으로 한미 워킹그룹을 지목했습니다.
"한미 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
노동신문 등 여러 북한 매체들도 한미 워킹그룹을 겨냥하며 '친미 사대주의'라고 한목소리를 냈는데요.
한미 워킹그룹은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던 때인 지난 2018년 11월에 출범했습니다.
남북 협력과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미 양국이 소통과 공조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였는데요.
하지만 대북 현안을 두고 한국은 북한과의 '교류 협력'에 무게중심을 둔 반면, 미국은 '비핵화 이행'을 더 강조하면서 양국의 입장은 엇갈렸습니다.
미국은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이 속도를 맞춰야 한다며 여러 차례 '속도 조절론'을 들고 나오기도 했는데요.
"북한 비핵화는 남북교류와 관계 진전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
한미 워킹그룹은 갈수록 대북제재 이행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정부가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 차원의 방북은 물론이고, 타미플루의 인도적 지원도 운반용 트럭이 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한미 워킹그룹에서 논의됐습니다.
"북미대화 관련한 것, 또 남북협력 사업 관련한 모든 것을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남북 간의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 역시 미국과 제재 문제를 협의하느라 지연된 바 있습니다.
이런 점을 들어,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발전에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는데요. 북한도 여러 차례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미국은 남조선 당국에 속도조절을 노골적으로 강박하고 있으며 북남 합의 이행을 저들의 대조선 제재·압박정책에 복종시키려고…"
결국 북한이 대남 도발과 함께 한미 워킹그룹을 전면 비판하고 나서자, 일부 여권과 진보단체에서는 한미 워킹그룹을 해체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미 워킹그룹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워킹그룹 덕분에 미국과 '원스톱 제재협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의미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대북제재 문제를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의회 등에서 다루고 있는데, 정부가 이들과 개별적으로 협의할 경우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또 미국만 설득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면제가 쉽게 이뤄질 수 있는 만큼, 남북교류를 추진하는 데 한미 워킹그룹을 오히려 잘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편, 북한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곧바로 미국으로 향했는데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긴급 회동을 갖고, 한반도의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사람이 양국을 대표해 한미 워킹그룹을 주도해온 만큼, 회동에서 한미 워킹그룹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도 있는데요.
"지금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 그리고 대응방안 이러한 사안들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남북관계를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한미 워킹그룹의 향후 운영 방향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됩니다.
한반도 키워드, 오늘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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